스포츠·과학

보이는 재능, 보이지 않는 가능성

재능은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으로 존재해서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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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1현재 잘하는 유소년 선수가 반드시 미래에도 가장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2. 02같은 연령집단에서도 상대연령과 생물학적 성숙의 차이가 현재 수행과 선수 선발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3. 03따라서 한 시점의 경기력이나 선발 결과를 선수의 장기적인 가능성 전체에 대한 판정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운동을 오래 하다 보면 너무 쉽게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저 아이는 재능이 있다.”

그리고

“쟤는 운동선수로 성공하기 어렵겠다.”

몇 번의 경기와 훈련을 지켜본 지도자가 말하기도 하고, 기록표에 적힌 숫자가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또래보다 빠르고 힘이 좋은 아이는 재능 있는 선수로 분류되고, 기술 습득이 조금 느리거나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아이는 어느 순간 가능성이 없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재능이 있는 아이’로 불렸다.

초등학교 1학년 운동회였다. 계주에서 바통을 받았을 때 앞선 주자와의 거리는 운동장 반 바퀴 이상 벌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달리기 시작했고 결국 앞선 주자를 따라잡았다. 그날 이후 주변에서는 나를 ‘제2의 임춘애’라고 불렀다.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도 운동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나는 또래보다 조금 빨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운동회 계주에서는 주로 마지막 주자를 맡았고, 뒤진 경기를 역전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렇게 나는 태권도 선수가 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5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 부상으로 2년간 운동을 쉬면서 방황하기도 했지만,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출전한 대회에서 계속 입상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는 전국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따는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그런 나에게 주변에서는 재능이 있다고 했다. 동료 선수들은 내가 운동도 별로 하지 않으면서 타고난 재능으로 메달을 딴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들에게는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도장 출신이라 단체훈련보다 혼자 하는 개인훈련을 좋아했고, 동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개인훈련을 정말 많이 했을 뿐이었다. 다만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보이지 않는 훈련은 사라지고 경기장에서 나타난 결과만 남았다. 사람들은 그 결과를 보며 다시 ‘재능’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재능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한 사람의 미래를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을까.

스포츠에서 재능을 발굴하는 일은 중요하다. 한정된 자원으로 우수한 선수를 육성해야 하는 엘리트 스포츠에서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찾아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 측정된 경기력을 미래의 가능성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특히 성장기 선수의 현재 경기력은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같은 연령집단에서도 선발 기준일을 기준으로 몇 개월 먼저 태어난 선수와 늦게 태어난 선수 사이에는 발달상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이 같은 연령집단 안에서 상대적으로 먼저 태어난 선수가 선수 선발과 육성 과정에서 유리해지는 현상을 스포츠과학에서는 ‘상대연령효과(relative age effect)’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유소년 엘리트 집단에 더 많이 선발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생물학적 성숙 속도 역시 개인마다 다르다.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는 특정 시기에 키와 근력, 속도에서 또래보다 앞설 수 있다. 지도자의 눈에는 그것이 재능으로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성장이 늦은 아이는 기술적 잠재력이 있어도 당장의 경기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차이가 정말 재능의 차이인지, 아니면 성장과 성숙 시기의 차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선발 이후에 발생한다.

재능이 있다고 평가받은 선수에게는 더 좋은 지도와 더 많은 훈련 기회, 수준 높은 경쟁 경험이 주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협회에서 진행하는 우수선수 육성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좋은 선수들과 훈련할 기회도 늘어난다. 반면 일찍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은 선수에게는 그런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에 불과했던 것이 몇 년 뒤에는 실제 경기력의 큰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다시 말한다.

“역시 처음부터 재능이 달랐다.”

하지만 정말 처음부터 재능이 달랐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서로 다른 기회를 제공하면서 그 차이를 키운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의 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연구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 측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측정된 점수를 그 사람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든 측정에는 오차가 존재하고, 하나의 검사나 한 시점의 결과가 측정하려는 속성 전체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스포츠 경기력 역시 다르지 않다.

오늘의 기록은 오늘 그 선수가 보여준 수행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숫자가 5년 뒤 그 선수가 어디까지 성장할 것인지를 모두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가장 빠른 선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 느리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느린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은 관찰할 기회가 있었던 능력뿐이다.

달리기를 해보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태권도를 시작했기 때문에 운동을 잘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영역의 가능성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음악을 접해보지 않은 아이의 음악적 가능성을 알기 어렵듯이, 충분히 공부해볼 기회를 갖지 못한 운동선수의 또 다른 가능성 역시 쉽게 알 수 없다.

내가 그랬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잘했고 태권도 선수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니,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의 재능은 오랫동안 ‘운동’이었다. 그런데 서른이 되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나는 운동보다 공부하는 것이 더 좋았다.

논문을 읽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해되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오랫동안 생각하는 일이 좋았다. 이것이 내가 운동보다 공부에 더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비교는 할 수도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서른이 되기 전까지는 나 자신조차 그런 모습을 발견할 충분한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선수가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신체적·심리적 특성이 다르고 특정 종목에 적합한 조건에도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말 역시 과학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중해야 한다.

선수 선발은 필요하지만 선발되지 않았다는 것이 곧 재능이 없다는 판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잘하는 선수를 찾아내는 시스템과 앞으로 성장할 선수를 기다려주는 시스템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특정 영역에서 보이는 능력을 한 사람의 가능성 전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스포츠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재능이 없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한 번의 선발에서 탈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까지 잃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 일찍 내린 판단 때문에 한 명의 선수가 운동을 그만두었다면, 우리는 그 아이에게 정말 재능이 없었는지를 끝내 확인할 방법조차 없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1학년 운동장에서 나를 바라보던 어른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달리기를 잘했고 운동에도 어느 정도 소질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 아이가 서른이 넘어 운동보다 공부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재능은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으로 존재해서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재능은 일찍 드러나지만, 어떤 가능성은 경험할 기회가 주어진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환경과 훈련, 기회와 시간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성장하는 능력도 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능력은 한 사람에게 존재하는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먼저 관찰된 하나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재능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한 사람의 미래를 측정할 수 있는가.

-장세용 교수(가천대학교 체육학부 태권도전공 주임교수)

출처 : 업코리아(https://www.upkore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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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1

    학술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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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상대연령효과 설명 — 여러 종목·국가에서 관찰되며 연령범주·경기수준·종목 맥락에 따라 효과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핵심 자료입니다.

    Annual age-grouping and athlete development: A meta-analytical review of relative age effects in sport

    저자 Stephen Cobley, Joseph Baker, Nick Wattie, Jim McKenna · 연도 2009 · Sports Medicine, 39(3), 235–256

    원문 보기 →DOI 10.2165/00007256-200939030-00005확인일 2026.08.23
  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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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기 선수의 선발·배제가 생물학적 성숙과 관련될 수 있고, 선수 발달이 성장·성숙·행동 발달 및 스포츠 환경과 상호작용한다는 본문 설명을 확인하기 위한 핵심 자료입니다.

    Biological maturation of youth athletes: Assessment and implications

    저자 Robert M. Malina, Alan D. Rogol, Sean P. Cumming, Manuel J. Coelho e Silva, Antonio J. Figueiredo · 연도 2015 ·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49(13), 852–859

    원문 보기 →DOI 10.1136/bjsports-2015-094623확인일 2026.08.23
  3. 03

    학술논문

    이 자료를 확인한 이유

    상대연령효과를 출생월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 개인·과제·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발달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한 보조 자료입니다.

    The relative age effect in sport: A developmental systems model

    저자 Nick Wattie, Jörg Schorer, Joseph Baker · 연도 2015 · Sports Medicine, 45(1), 83–94

    원문 보기 →DOI 10.1007/s40279-014-0248-9확인일 20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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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6년 8월 21일 업코리아에 게재된 「보이는 재능,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