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멈춰 세운 것은 무엇인가
신체적 조건을 넘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짐 애보트의 삶을 통해, 우리를 멈추게 하는 한계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생각해본다.
짐 애보트의 주요 생애·경기 사실(오른손 없이 출생, glove-switch 투구·수비, 1993년 9월 4일 양키 스타디움 노히트노런 등)은 MLB.com 등 공식 야구 자료로 확인했습니다. 학습된 무기력·그릿·자기효능감 개념은 각각 Seligman & Maier(1967), Duckworth 등(2007), Bandura(1977) 원 학술자료를 확인했습니다. 다만 원문의 ‘집요한 기습 번트’ 서술은 선수생활 전반의 번트 공략 사례로는 확인되지만, 1993년 9월 4일 경기 당일에 대한 ‘집요한’ 공략까지는 자료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정보 기준
한눈에 보기
- 01오른손 없이 태어난 투수 짐 애보트는 1993년 9월 4일 양키 스타디움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 02신체·환경 조건이 할 수 있는 일을 제한할 수는 있어도, 그 조건이 한 사람의 가능성 전체를 결정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 03원문은 학습된 무기력·그릿·자기효능감 개념을 빌려, 한계를 ‘단정’하는 마음이 가능성을 더 좁힐 수 있다고 짚는다.
1993년 9월 4일, 뉴욕 양키 스타디움의 마운드에 오른 한 사내를 향해 세상은 오래된 의심을 품고 있었다.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이 없이 태어난 투수, 짐 애보트. 왼손으로 공을 던진 뒤 곧바로 오른팔에 걸쳐둔 글러브를 왼손으로 옮겨 수비해야 했던 그에게 상대 타자들은 집요하게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한 손뿐인 투수는 수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상대 타자들은 그렇게 판단했고, 그가 가진 신체적 조건을 경기의 약점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이다.
심리학에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개념이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나중에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도 스스로 시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실패가 반복되고 “너는 안 될 것”이라는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실제 능력보다 먼저 마음이 포기한다. 세상이 그어놓은 한계가 어느새 자신의 한계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짐 애보트는 세상이 정해놓은 한계를 자신의 한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애보트가 가장 치열하게 연습한 것 가운데 하나는 공을 던진 직후 글러브를 왼손으로 옮겨 수비하고, 다시 공을 꺼내 던지는 동작이었다. 다른 선수들에게는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동작이 그에게는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는 이를 끊임없이 반복했고, 결국 투구와 수비 사이의 불리함을 자신만의 기술로 바꾸었다. 남들이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조건을 없앨 수는 없었지만, 그 조건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애를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신체조건과 환경은 분명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제한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모든 벽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조건이 한 사람의 가능성 전체를 결정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애보트가 보여준 것은 장애가 없었던 삶이 아니라, 장애가 자신의 삶을 어디까지 결정하도록 허용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선택했던 삶이었다.
심리학자 앤절라 덕워스는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힘을 ‘그릿(Grit)’이라 설명했고, 알버트 반두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필요한 행동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 설명했다. 애보트의 삶에서 두 개념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반복할 수 있었고, 그 반복이 다시 자신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냈다. 그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남들과 같은 신체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끝까지 찾아가는 힘이었다.
그리고 1993년 9월 4일, 그 오랜 반복은 야구 역사에 남을 한 경기로 이어졌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애보트는 9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완벽한 경기는 아니었다.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냈고 위기도 찾아왔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마지막 타자가 아웃되는 순간, 오른손이 없는 한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어려운 기록 가운데 하나인 노히트노런을 완성했다.
어쩌면 그의 노히트노런이 더 특별한 이유는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는 남들과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지 않았고, 경기에서도 흔들렸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탓하며 멈추는 대신,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그의 기록은 ‘결점 없는 완벽함’보다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도 끝내 완수하는 의지’가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과 내게 부족한 환경을 바라보게 된다. “이 조건으로는 불가능해”,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어”라는 말은 때로 현실적인 판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직 해보지도 않은 가능성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순간, 현실의 한계는 마음의 한계가 된다. 세상이 그어놓은 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 선을 스스로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짐 애보트의 마운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낭만적인 위로가 아니다. 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결정하게 두지는 말라는 것이다. 우리를 가로막는 진짜 벽은 주어진 조건 자체가 아니라, 그 조건을 넘어설 수 없다고 단정짓는 마음의 낙인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던지는 가장 아픈 번트는 부족한 조건 그 자체가 아니라 “너는 할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일 수 있다. 한계는 몸에서 시작될 수도, 환경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까지 나를 지배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스스로 가능성의 문을 닫아버리는 순간, 우리는 현실이 정한 것보다 더 좁은 한계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오늘도 삶이라는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조건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짐 애보트의 삶은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당신을 멈춰 세운 것은 정말로 당신에게 주어진 환경인가, 아니면 마운드에 오르기도 전에 스스로 꺾어버린 마음인가.
출처 : 업코리아(https://www.upkore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99796)
CHECKCHECKHAM REVIEW
체크체크함이 확인해보니
이 글의 주요 경기·생애 사실은 MLB 공식 자료를, 학습된 무기력·그릿·자기효능감 개념은 각 원 학술자료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다만 원문 서두의 ‘집요한 기습 번트’ 표현은 선수생활 전반의 공략 사례로는 확인되지만, 1993년 9월 4일 당일 경기에 대한 표현으로는 자료가 충분치 않아 부분 확인(PARTIAL)으로 남겼습니다.
SOURCES
확인한 자료
01
공식 홈페이지
이 자료를 확인한 이유
1993-09-04 Yankee Stadium 노히트노런·상대(Indians)·볼넷/위기 등 경기 사실 확인.
Jim Abbott no-hitter streaming on MLB
MLB.com
원문 보기 →확인일 2026.08.2302
공식 홈페이지
이 자료를 확인한 이유
오른손 없이 출생, glove-switch 투구·수비 방식 등 선수 생애 사실 확인.
Jim Abbott's career is worth remembering
MLB.com
원문 보기 →확인일 2026.08.2303
학술논문
이 자료를 확인한 이유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고전 실험 배경 확인.
Failure to escape traumatic shock
저자 Martin E. P. Seligman; Steven F. Maier · 연도 1967 ·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74(1), 1–9
04
학술논문
이 자료를 확인한 이유
자기효능감(self-efficacy) 개념 정의·행동 관련성 확인.
Self-efficacy: Toward a unifying theory of behavioral change
저자 Albert Bandura · 연도 1977 · Psychological Review, 84(2), 191–215
05
학술논문
이 자료를 확인한 이유
Grit(열정·지속성) 개념 정의 확인.
Grit: Perseverance and passion for long-term goals
저자 Angela L. Duckworth; Christopher Peterson; Michael D. Matthews; Dennis R. Kelly · 연도 2007 ·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2(6), 1087–1101
ORIGINAL ARTICLE
원문 정보
이 글은 업코리아에 게재된 「당신을 멈춰 세운 것은 무엇인가」을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원문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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